May`s Essay

2024.10.10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 완독 / 산처럼 살자 / 저녁 산책 본문

Diary

2024.10.10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 완독 / 산처럼 살자 / 저녁 산책

May Cho 2024. 10. 10. 18:39

1.

독일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 (작가 : 베른하르트 슐링크)>를 완독했다. 영화 '더 리더'의 원작이 되는 소설이어서 영화보기전에 읽어보고싶어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1부, 2부, 3부 이렇게 세 가지 파트로 나뉘어져있다. 첫 1부를 읽을 때는 '뭐지?' 싶을만큼 그냥 어린 소년과 30대 중후반의 여자의 욕망을 다루는 소설인 것 같았다. 그런데 2부를 읽기 시작하면서 이 소설이 역사와 심리를 묘하게 다루어 나가는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이 점에 매료되어 빠져들었다.

 

주인공 소년의 그녀 한나는 소년을 '꼬마'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꼬마는 한나에게 책을 읽어준다. 처음에는 자신이 왜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는지도 모르고 만날때마다 책을 읽어준다. 하지만 소년은 점점 깨닫게 된다. 그것은 그녀가 문맹이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한나는 자신이 문맹이라는 것을 죽을만큼이나 세상에 알리기 싫어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그녀의 자존심과 억울함이 없는 평온한 삶 그 둘중에서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또 책을 읽어주었다. 

 

주인공의 사랑은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끝이났다.

책을 읽어준것은 주인공이었지만, 한나는 소년에게 마치 소설책 한 권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생각해 보았다. 소년은 그녀의 인생을 읽어나간 것이 아니었나 하고 말이다.

 

또 다른 차원에서의 사랑에 대한 시각을 갖게 해 주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2.

적정한 거리를 지키는 것이 참 어렵다. 가까운것 같으면 더, 더욱, 더욱더 가까워지고 싶고 조금 멀어진 것 같으면 더, 더욱, 더욱더 마음이 소원해진다. 이게 나만 그런걸까 사람들 모두 그런걸까? 

 

나는 저녁에 씻으면서 좋은 내용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은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한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https://youtu.be/5FAA9U_jWDU?si=8LDwrfzXwCHoVGsX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행복한 인생을 살려면 잘 들으라고 했다. 

우리 얼굴에서 가장 폭력적인 기관은 입이고 가장 비폭력적인 기관은 귀라고 했다. 

모든 인간관계는 최소한의 폭력으로 이어져나가야 한다고, 산처럼 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의 길 이라고 했다.

 

나는 지금 귀를 잘 열고 살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말을 잘하고 싶어서 말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워한 적은 있어도, 잘 듣는 사람을 부러워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산처럼 잘 듣는 사람이 되자. 

가까워지고 싶을 때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와 조금 멀어진 것 같을 때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되자. 

 

 

 

3.

오늘은 퇴근하고 돌아오니 오빠가 먼저 집에 있었다. 오늘 저녁은 연어구이. 맛있게 만들어보고 싶어서 연어를 간장에 살짝 재워봤더니 껍질이 바삭해지기도전에 간장타는 냄새가 나면서 비늘이 까매졌다. 뭐, 그래도 맛은 있었다. 연어가 상대적으로 수은 문제에서도 안전하다고 하고 하루에 100g 정도 먹으면 비타민D와 오메가3 섭취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꾸준히 먹고싶다. 그런데 오늘은 올리브오일이 많이 들어갔나? 다 먹고 나니까 느끼함이 올라왔다.

 

내 요리는 언제나 잘 하고 싶으면 오히려 잘 안된다. 역시 too much는 안좋아.

 

저녁을 맛있게 먹고났는데 아직 날이 밝았다. 

 

오빠에게 산책을 제안했고, 오빠는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걷기에 딱 좋은 날씨 속에서 오빠 손을 잡고 걸었다. 평소에 걸어보지 않은 길목을 걸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옛날 타운하우스와 요즘 타운하우스의 다른 점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전압이 낮으면 전류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도 했다. 또 해마가 엄청 잘 도는 어떤 사람은 과거의 어느 날짜를 이야기하면 그 날에 일어났던 일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당시의 감정까지도 생생히 다 기억을 하고있어서 과거의 아픔을 잘 잊지못해 상처가 많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야기 주제들이 꽤 각양각색이었는데도 이상하리만큼 쭉 자연스레 이어져나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양이 한마리가 내 오른쪽 다리를 스윽 비비며 스쳐걷고는 내 옆에 앉았다. 나한테 인사하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1분 정도 그 고양이를 위해서 그 자리에 있어 주었다. 귀여웠다.

 

몇일전부터 기분이 조금 다운되어있었는데 걸으면서 웃고 기분좋은 바람을 맞으니 너무 상쾌했다.

결혼을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