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s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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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4.9.18 연말일정 / 스탭퍼 굿

May Cho 2024. 9. 18. 06:37

1.

아무래도 연말에 한국에 놀러가긴 어려울 것 같다. 나는 다음달 중순에 배아 이식을 하기로 예정되어있는데, 잘 되도 연말쯤이면 안정기가 되기 전이고 임신에 실패해도 계속 병원을 신경써야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말에는 꼭 한국에 가고 싶었다. 슬기 결혼식도 참석하고싶고 오랫만에 엄마 아빠 얼굴도 보고싶었다. 

 

시험관을 시작하면 난자 채취하고 바로 배아 이식하고 임신이 딱 될줄 알았다. 그래서 슬기에게도 내가 빨리 잘 임신해서 안정기가 된 다음에 결혼식에 꼭 가고싶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배아이식, 그리고 임신까지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구나. 그리고 내 상황에서 연말에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올해는 한국 여행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슬기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결혼하는 내 친구 옆에서 박수쳐주고 예쁜 모습도 마구 보고싶었는데 너무 너무 아쉽다. 

 

 

2.

오빠는 나의 아쉬운 마음을 알았는지, 연말 3주간의 휴가를 즐겁게 보내기 위한 계획 짜기에 돌입했다.

 

오빠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여행지 곳곳에 저렴한 숙박시설을 제공하고 대륙횡단 기차를 할인된 가격으로 탈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오빠가 이번 기회에 그 복지를 이용해보자고 제안했다. 오클랜드에서 웰링턴까지 기차를 타고 내려가서 웰링턴에서 놀자고 했다. 나는 그 제안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내 컨디션에 따라, 웰링턴에서 시간을 보낸 다음에 남섬으로 넘어가서 남섬 동쪽과 서쪽을 횡단하는 기차까지 타고 올 수도 있는 옵션도 있다.

 

나는 컨디션에 있어서는 걱정이 없는데, 오히려 오빠는 혹시라도 내가 임신하면 컨디션이 안좋을까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한국 여행에 대한 아쉽고 미안한 마음은 뒤로하고 오빠와 행복한 연말 연초를 보내기 위해 나도 이것저것 계획을 한 번 세워봐야겠다.

 

 

3.

오빠랑 이야기하면서 한 20분정도를 스탭퍼 위에서 걸었다.

 

겨울 끝자락에 날이 다시 추워지는 바람에 내 손이 하루종일 꽁꽁 얼어 시려웠는데, 한 2500보 정도를 걷고나니 손이 따듯해졌다. 심장에서 피가 팡팡 솟아나서 내 손을 데워주는게 재미있었다. 따뜻해진 내 손이 신기해서 계속 그 따스한 온기를 온 몸 여기저기에 느껴보았다.

 

Stepper가 운동이 진짜 되는 모양이다.

오늘도 퇴근 후에 또 걸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