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s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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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4.12.16 반가워, 우주곰!

May Cho 2024. 12. 16. 03:05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한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 나는 말로 다 하지 못할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이하게되었다. 

우리 부부에게도 드디어 아기가 생긴 것이다.

 

지난 11월 16일 생리 주기가 시작되고 3일째가 되는 날부터 Letrozole을 복용하여 자궁벽을 두껍게 했다. 그런데 약을 먹어도 에스트로겐 수치가 잘 오르지 않아서 시간을 두고 평소보다 피검사를 2번정도 더 한 것 같다. 에스트로겐 수치가 적당해졌을 때 나는 병원을 방문하여 스캔을 했다. 난포 3개가 성숙했고 자궁벽이 7mm정도로 두꺼워져서 배아 이식을 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하였다. 병원에서 배란유도 주사인 오비드렐을 한 대 맞았고, 그 날 부터 유트로게스탄 질정을 하루에 3번, 2개씩 넣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질정을 넣은 후 12월 5일 드디어 오전 10시에 5일배양 배아를 이식했다. 11개 냉동 배아 중 1개는 지난 시험관 이식 시술에서 실패로 끝나 bye bye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남은 냉동이들 중에서 10번째 선수가 출전하는 날이었다.

 

배아를 이식하는 날은 컨디션이 정말 좋았었다. 지난 시험관 1차 동결배아 이식 1차 시술을 할때에는 그 전날 약간 몸살 기운이 오는 것 같아서 걱정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몸이 아주 상쾌했다. 그리고 시술을 하고 나서도 병원에서 다음 사람이 바로 시술을 진행하게 될거라고 해서 5분도 누워있지 못하고 그냥 걸어나와 오빠랑 함께 우리가 좋아하는 fresh supermarket 가서 장도 보고 근처에 있는 Conwell park에 가서 산책도 했다. 이렇게 걸어다녀도 되나 싶긴 했지만, 무리하지 않고 많이 걸어다녔다. 날도 좋고 기분도 너무 좋았었다. 그 후에도 나는 gym에 가서 운동도 했고 오빠와 여기저기 많이 걸어다녔다. 평일에는 하루에 5000보도 못걸었었는데 늘 6000~10000보는 찍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이식 6일째 되는 날부터 임신테스트기에 2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1차 때에도 6일차에 흐린 2줄을 보았었지만 그것은 오비드렐 주사의 영향이었었기에 6일차에 본 2줄은 오히려 나를 조금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7일째부터 얼리 임테기의 두줄이 점점 진해지기 시작했다. 이식 10일차에 피검사가 예정되어있었는데 시간이 너무너무 안갔다. 점점 진해지는 임테기를 보며 조금씩 확신이 생겨 오빠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오빠는 혹시라도 또 실망할까 그랬었는지, 피검사 결과를 봐야한다며 나를 relax 시켰다. 

 

지난 토요일인 12월 14일. 아침에 피검사를 했고 gym에 가서 러닝머신 위를 걷고 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매번 'I`m sorry~'로 시작되던 병원으로부터의 연락은 이번에는 'Congratulation! You have a great news!' 였다. 확신하고 있었으면서도 눈알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차오르는 느낌이 났다. 1차 피검사 결과 HCG 수치가 300이라고 했다. 내 뱃속에 있는 아가가 4주 라고 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다.) 내가 살면서 또 이런 감격을 느끼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 

 

성공이었다. 지난 2년동안 4번의 인공수정에 실패하고 지난 시험관에서도 실패 했을 때 나는 positive mind를 유지하려고 정말 애썼다. 최대한 즐겁게 생각했고 생활했다. 하지만 negative 피검사 결과를 들었을 때마다 나는 정말 임신이 안되는 몸인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아직은 한 번의 피검사 결과를 더 지켜보아야 하고, 안정기가 될 때까지는 마음이 완전히 놓이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일단 너무 좋다. 그리고 행복하다. 오빠에게 우리한테 와준 아가에게 고마우니까 '곰이'라는 태명을 지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마음이 고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곰이 라는 태명에 스며들어있기도 하다. 오빠도 OK! 

 

오빠와 내가 만든 작지만 광활한 우주, 우리의 새로운 팀메이트 우주곰이가 건강하게 내 뱃속에서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5일배양 냉동배아 이식 (2024.12.5) / 아가의 배아 사진부터 가지고 있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배아 이식한 초음파 사진 (2024.12.5)
점점 진해지는 두줄에 설레이고 떨리던 날들 (분홍색은 얼리. 파란색은 일반)